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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여행

암행어사 박문수 야담 이야기

by 채유니후니 2023. 5. 11.

암행어사 박문수(1691~1756)는 민정을 살피고 탐관 오리들을 벌 주기 위해 거지 꼴로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주막에 들어가 보니 봉놋방에 큰 대자로 누워 있는 거지가 계셨습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고, 밥을 대접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밥은 드셨나요?" 물었더니 "돈이 있어야 밥을 먹지."라고 대답하셔서 밥을 더 시켜주었습니다.

그 이튿날 아침에도 밥을 한 상 더 시켜주었는데, 거지가 밥을 먹다가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둘 다 거지인데, 이대로 계속 빌어먹는 것보다는 같이 다니면서 사는 게 어떨까요?" 박문수도 거지 꼴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씀에 동의하고, 그날부터 둘이 함께 다니면서 생활하셨습니다. 

박문수-사진
박문수

야담 1. 세 사람을  살려준 후 사례로 받은 백 냥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동네에서 가장 큰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거지는 "식구 세 사람 목숨이 위험해져서 지금 당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며 마당에 멍석을 깔고 머리를 푸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박문수는 거지의 지시대로 마당에 멍석을 깔고 머리를 풀었습니다.

 

이 집 주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뒷산으로 나무를 베러 갔습니다. 어머니가 아흔 살이라 관목을 주문하려 간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비를 피하기 위해 큰 바위 밑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바위 아래서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은데." 이후 남편은 머슴 둘을 데리고 바위에서 내려오다가 뒤에서 바위가 무너져 내려갈 뻔했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남편은 거지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절을 열두 번이나 하셨습니다. "우리 세 사람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을까요? 내 재산을 다 달란다 해도 다 드리겠습니다." 거지는 "돈 백 냥만 주세요."라고 답했고, 그 후 돈 백 냥을 받은 박문수는 거지에게 "이 돈을 잘 간수해 두세요. 언젠가 쓸 데가 있을 겁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야담 2. 7대독자를 구해준 후 사례로 받은 백 냥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한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마을에서 가장 큰 기와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거지는 식구들이 울며 난리가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거지는 박문수를 데리고 그 집으로 들어가 "어째서 이 집에서 슬프게 우시는 거지요?"라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우리 집에는 7대 독자 귀한 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아들이 병에 걸려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프게 우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거지는 "어디, 한 번 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병 걸린 아이가 누워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손목에 실을 매어 가지고 그 끄트머리를 가져오라고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주인이 그렇게 하니 거지는 실 끄트머리를 한 번 만져본 후 "별거 아닙니다. 거기 바람벽에서 흙을 한 줌 떼어오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바람벽에서 흙을 한 줌 가져오니 거지는 환약 세 개를 만들었습니다. 주인이 약을 받아 아이에게 먹이니 병이 낫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거지에게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절을 열두 번도 더 했습니다.

 

"7대 독자 귀한 아들 목숨을 살려 주셨으니, 우리의 재산을 다 드리겠습니다." 거지는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돈 백 냥만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거지는 다시 박문수에게 돈 백 냥을 주었습니다. "잘 간수해 두세요. 앞으로 쓸 데가 있을 거예요."라고 거지가 말했습니다.

 

야담 3. 묏자리를 봐준 후 사례로 받은 백 냥

어느 날 박문수는 거지와 함께 큰 산 밑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하관을 끝냈는지 봉분을 짓는 것 같았습니다. 박문수는 그들을 가꾸었고, 무덤에 대해 비판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꾼들은 매우 충격받았으며, 이어서 박문수가 묻은 관을 찾아줄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박문수는 거지와 함께 그곳으로 가서 무덤을 파고, 명당에 묻혀 있던 관을 찾아냈습니다. 상주들은 박문수와 거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돈을 주었고, 박문수는 거지에게 돈을 주셨습니다. 거지는 그 돈을 받아들이며, 이를 박문수에게 맡기겠다고 하셨습니다.

 

야담 4. 백일 정성을 들여 마련된 삼백 냥

그러고 나서 다시 걸으며, 산속 거지의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둘이 헤어져야겠어요." "그런데 산속에서 헤어지면 어떡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을 만날 거예요." 그러자 거지는 사라졌습니다. 더 올라가다 보니 고갯마루에 장승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앞에서 여자가 물을 한 그릇 떠다놓고 빌고 있었습니다. "장승님, 장승님. 우리 아버지가 백일 간의 정성을 다해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시바삐 제 아버지를 구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문수는 여자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여자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관청에서 일하는 아전인데, 나랏돈 삼백 냥을 잃어버렸습니다.

 

내일까지 돈 삼백 냥을 관청에 바치지 않으면 아버지 목숨이 위험합니다.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 백일간의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박문수는 거지가 주었던 돈 삼백 냥을 떠올렸습니다. 그 돈은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돈 삼백 냥을 걸쳐 여자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여기 받으세요. 이 돈으로 아버지 목숨을 구하세요." 그렇게 해서 여자의 아버지는 억울한 죽음에서 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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